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다차원 세계를
배경으로 한 독특한 설정과 깊은 철학적 메시지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를 넘어 가족, 정체성, 선택의
의미를 성찰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본 글에서는 줄거리 요약부터, 영화에 숨겨진 상징, 그리고 다차원 설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자세히 해석해본다.
다차원: 멀티버스의 개념과 활용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핵심 설정은 바로 ‘멀티버스’, 즉 다차원 세계다. 주인공 에블린은 평범한 중국계 미국인 이민자
여성으로, 세탁소를 운영하며 남편과 딸과의 갈등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국세청 감사 중 갑작스럽게 다른 차원에서
온 남편 ‘웨이먼드’에게서 ‘세계를 구할 유일한 존재’라는 말을 듣고 멀티버스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이 영화의 다차원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적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각각의 세계는 에블린이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의 ‘가능한 삶’을 반영하며, 관객에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에블린이 부모 뜻을 따라 음악가가 되었던 삶, 액션스타가 되었던 삶 등이 멀티버스를 통해 시각적으로 펼쳐진다. 다차원은 혼란을 야기하는 동시에 선택의 무게를 강조한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의 불안, 그럼에도 지금 이 삶이 의미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결국 영화는 ‘모든 가능성 중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구원이라는 주제로 수렴된다.
상징: 베이글과 손가락 핫도그 세계의 의미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다양한 상징적 장면이 단순한 유머나 연출을 넘어 깊은 함의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베이글’과 ‘손가락이 핫도그인 세계’다. 먼저, 베이글은 극 중 딸 ‘조이’가 만든 것으로,
모든 정보와 개념을 하나로 응축해버린 무(無)의 상징이다. 이 베이글은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공허를
의미하며, 이는 현대인의 무력감, 존재의 무의미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대변한다. 조이는 모든 가능성을 경험한 끝에, 결국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니힐리즘에 빠진다. 한편, ‘손가락이 핫도그인 세계’는 기이한 설정으로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지만, 이 역시
포용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상한 몸으로도 사랑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은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영화의 전체 주제와 연결된다. 이 외에도 구글 아이 같은 눈 장식, 버블티 등의 오브제들은 다양성과 혼란, 정보 과잉의 현대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치로 활용된다.
의미: 감독의 의도와 철학적 메시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철학적 주제를 다룬 영화다.
감독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일명 다니엘스)는 이 작품을 통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삶 속에서도 의미는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영화 속 주인공 에블린은 수많은 우주의 자신을 경험하면서 결국 현재의 삶, 가족, 남편과의 관계, 딸과의 갈등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다중우주라는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도,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다니엘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정신없고, 복잡하며, 이상한 영화이지만 결국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 영화는 동양 철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불교의 ‘공(空)’ 사상이나 도교적 무위자연, 자아 해체와 같은 개념이 멀티버스
내 존재의 유동성, 감정의 변화를 통해 드러난다. 이처럼 ‘혼란 속에서 진실을 찾는 여정’은, 다양한 문화와 사유 체계를 종합한
현대 철학 영화라 불릴 만하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단순한 액션이나 SF를 기대하고 보면 낯설 수 있지만, 곱씹을수록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다차원 설정은 인생의 선택과 가능성을, 상징은 공허와 다양성을, 그리고 감독의 의도는 삶의 의미와 사랑을 말하고 있다.
이제는 이 영화를 단순히 본 것으로 끝내지 말고, 당신만의 해석으로 재해석해 당신의 놓친삶의 진실을 찾아볼수 있기를 기대해본다.